이 글의 주제를 표현한 시구로 가장 적절한 것은?
정 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의 배낭을 눈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왔다.
“어디 일들 가슈?” / “아뇨, 고향에 갑니다.” / “고향이 어딘데…….” / “삼포라구 아십니까?” /“어 알지,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…….” / “삼포에서요?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? 고작해야 ㉠ 고기잡이나 하구 ㉡감자나 매는데요.” / “어허! 몇 년 만에 가는 거요?” / “십 년.”
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.
“말두 말우. 거긴 지금 육지야. 바다에 방둑을 쌓아 놓구, 트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.” / “뭣 땜에요?” / “낸들 아나. 뭐 관광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, 복잡하기가 말할 수 없네.” / “동네는 그대로 있을까요?” / “그대루가 뭐요.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지 들어섰는걸.” / “그럼 ㉢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.” / “바다 위로 ㉣신작로가 났는데, 나룻배는 뭐에 쓰오. 허허,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.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.”
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, 정 씨에게는 풍문마저 낯설었다.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이가 말했다.
“잘 됐군.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.”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. 정 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. 그는 마음의 정처를 방금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. 어느 결에 정 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.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.
- 황석영, 삼포 가는 길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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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설
<삼포 가는 길>은 1973년 작품으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고향을 상실한 민중들의 궁핍한 삶과 소외된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연대 의식을 다루고 있다. 정씨가 고향을 찾아가지만 생각했던 추억 속의 고향은 산업으로 인해 개발되어 모습을 잃었다. 즉 고향에 대한 상실감에 대한 얘기로 ③이 가장 적절하다.
고행에 대한 상실감을 얘기하고 있으므로 ③이 가장 적절하다.